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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시하


차갑고 시린 바닥, 36.5도에서 0도로.- 금민정의 온도


, 키티! 우리가 거울 속의 집에 들어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틀림 없이 그 안에는 아주 아름다운 것들이 있을 거야! 거울 속의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거울이 아주 부드러운 천으로 되어 있어서 우리가 그 속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고 말이야, 어머나, 거울이 안개같이 변하잖아! 그러면 뚫고 들어갈 수도 있겠어,-거울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


공간 안에 들어선다, 그 공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 장소를 뛰어넘어 공간이라는 이름을 지닌 생명체다. 인간의 심장박동과 같은 속도의 숨을 쉬고 있고 마치 신체 기관처럼 여러 가지가 서로 맞물려 공간이라는 몸을 바탕으로 정신이라는 비가시적인 세계로까지 우리를 이끈다. 몇 년 전 처음 본 금민정의 작품은 그랬다. 아이러니하게도 방안으로 밀려드는 파도와 숨쉬거나 뒤틀리는 벽, 모서리라 불리는 공간의 틈새 앞에서 나는 탈출이나 도피를 포함해 숨막히는 질식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공간이 내쉬는 숨은 가벼운 숨이 아니라 마치 탄식하는 듯 했고 한동안 이렇게 모든 작품에는 시간과 공간,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며 자신의 내적인 심리상태를 도출시켜 그로 인해 유발된 날카로운 긴장감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마주한 금민정의 작품은 좀 더 구체화되고 성숙한, 내적이면서도 포괄적이고 동시에 ‘부드러운 긴장’으로 시선이 확장되어 있었다. 아마도 금민정은 현실이 주는 무게를 묵묵히 감내하고 받아들이며 가장 원초적인 욕구마저도 가슴에 끌어안아 속 깊이 쉬는 법을 체득한 듯, 어렵고 무겁고 진지한 현실, 탄식이나 한숨의 날숨을 깊이 들이 마시는 들숨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숨은 들숨이기에 단순히 인간의 원초적인 심리를 건드리기도, 왈칵 눈물을 쏟을 법한 감성을 담아내기도, 요즘 유행하는 지난 시절의 재현 드라마처럼 추억을 잡아내기도, 우리가 놓쳐버린 어느 한 현실, 사회의 장면을 담아내기도 하는 숨이 되었다. 창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고, 그 창을 통해 바라보이는 풍경은 비도 오고, 눈도 오고, 바람도 불고, 아름답게 벚꽃이 흩날리기도 하는데, 그게 모란 말인가, 그저 단순한 풍경 ? 하지만 그 단순하다 여겨지는 풍경에서 우리는 기가 막히게도 그 창의 열렸다 닫히는 속도에서 오는 묘한 리듬감과 누가 열었다 닫는지에 대한 의구심, 찬란하고 아름다운 어느 하루의 단상, 의자 위 아슬아슬하게 놓여 달그락 거리는 커피잔에서 오는 불안감, 살짝 젖혀진 바닥모서리 끝의 긴장,-tension, 모든 요소요소들이 풍경 위에 이야기와 이야기를 연결시키고 ,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지어내고 상상하게끔 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예술이라는 세계까지 이어지게 하는 스토리의 진행을 엿본다. 이를 테면 시간성, 이전에는 작가가 겪는 모든 삶의 시간성 이었을 테고, 지금은 작가를 넘어서 우리 모든 이들의 시간성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서울역 RTO에서 이어져온 이번 작품은 이 모든 개인과 사회, 역사와 시간을 담아낸 서사적 풍경의 맥락에서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작가와 나는 비슷한 점이 많다. 조각이라는 베이스를 놓고, 나는 설치로, 금민정 작가는 영상으로 활동을 전개해왔고, 공간과 조율하는 점을 중시 여기며 사회적인 명분을 드러내지 않고 작업하며 현실이 주는 무게에 이상-비현실이라는 상반되는 탈출구를 열어놓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조각이라는 장르에 한 발을 들여놓고 있는 점이 그러하다.. 조각을 전공하면서부터 몸을 쓰는 일-노동에서 오는 적지 않은 카타르시스도 느껴봤고 노동이 주는 작업의 성과물의 기쁨 또한 각인되어 있을 터이고, 많은 평면 작가들이 여러 다방면의 작업을 하다가도 캔버스로 돌아가는 것처럼 언제간 조각 과의 접점 또한 찾을 거라는 기대 또한 그러하다. 점점 테크놀로지, 자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설치, 영상 , 미디어 등의 작업과는 다르게 직접적인 느낌- 우리가 손맛이라 부르는- 에 대한 향수가 나에게도 금민정 작가에게도 존재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가끔은 지금 전개하고 있는 작품이 좀 더 조각적이길 바라기도 하고, 지금의 작품과 조각이라는 장르가 만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볼 필요 또한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금민정은 길을 찾은 듯하다. 비디오 조각이라 명명한 그 작품군은 공간의 입체적 가시화라는 점과 물질성이 도드라진다는 점에서 조각이라 부를 수 있으며 그 조각의 한 부분이 영상으로 채워진다는 점에서 영상 조각이라 명명할 수 있으니 이에 충분히 장르를 개척한 듯 보인다. 현명하게도 금민정의 작품은 하나하나 독립적인 조각 작품이 되기도 하고 공간 전체를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만들기도 하는, 형식을 강조하지만 형식이 파괴되기도 하는 독특성을 지닌다.


차갑고 시린 바닥은 많은 이야기와 역사와 시간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던 서울역 RTO 에서의 장소 특정적 작품을 다시 전시공간으로 가져와 금민정화 한 작품들로 채워진 전시이다. 작품의 모티브를 특정공간에서 얻어와 전시 공간에서 구현해냈을 때 , 특히 구상의 출발점부터 ‘사회적, 역사적 공간’ 이주는 무게감이 더해진 공간이라는 것은 그 동안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고 표현해내는 방식이 직접적이거나 익숙한 방식이 아니었기에 큰 짐이 되어주었을 터다, 하지만 금민정은 가장 현명한 방법을 택했다.


익숙하고 편하지만 낯설고 신비하게, 그러면서도 판타지스럽지 않게, 현실과 닿아 있는.

RTO 에서의 전시가 작품 하나하나를 보았을 때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 동시에 같이 숨을 헐떡 거리게 할 만큼의 뜨거운 온도-작가는 차갑고 건조해진 공간에 시간과 온기를 부여하려 했으며 이를 뜨거운 온도라 표현했다.- 였다면 본 전시는 금민정이 그 뜨거운 온도를 무겁기만 했던 현실과 조우하여 다시 0도로 돌려놓는 전시라 할 수 있다. 내가 볼 때 금민정이 작품에서 채택하는 방법은 항상 ‘정도’ 였다. 본인이 더 강하게 더 절실하게 온 몸으로 울며 체득해온 현실이지만 표현할 때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 포괄적으로 그 현실이 주는 강도의 높고 낮음을 폭넓게 아우르는 작품을 항상 보여주곤 했다. 개개인의 현실이 시간성에 올라타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되었을 때, 그것을 기억하는 인간의 자세는 애틋함, 아련함, 그리고 이미 지나간 것이기에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면 반면에 또 다른 자세, 그 현실이 처절하거나 무겁거나 세상 둘도 없이 냉정했기에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그런 상반됨이 금민정이 말하는 차갑고 시린 바닥이다. 차가움이지만 따듯하고 시리지만 그 시림을 보듬는,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나는 금민정의 작품 앞에서 부드러운 긴장으로 채워진 들숨-광범위하고 보편화된 인간 본연의 감수성을 마주한다.


이 감수성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것처럼, 다양한 코드와 해석, 농담과 유희, 비유와 상징, 뒤틀림이 존재하기에, 어렵지만 쉬운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 당시의 시대와 사회상을 반영하여 뒤틀어놓은 복잡한 이야기들이지만 한편으론 단순한 판타지(꿈)이다.

게다가 금민정이 자기에게 주어진 공간을 보며 다른 공간을 다시 만들어내고 거기에 또 다른 이야기를 입히는 방식은 마치 앨리스가 자기에게 주어진 현실 앞에서 도피나 탈출이 아닌 다른 현실을 찾아가는 여정처럼느껴지기도 한다.-실제로 이야기 속에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모자장수는 현실 속에서 모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은중독으로 인해 '매드 해터 신드롬(Mad Hatter Syndrome)' 병에 걸린 환자의 증세였으니 무거움을 가벼움이 아닌다름으로 생산해내는 저자의 방식이 금민정의 작품 창작 방식과 유사점이 있다- 1800년대의 영국의 현실은 앨리스에게 권위적인 여왕과 질문을 해대는 고양이와 이상한 모자장수를 만나게 하고 창조하게 했다. 금민정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것은 2014년의 현실이다. 서울역 공간을 매개로 한 작품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던 그때마다의 현실 위에 금민정이 뒤섞어 놓은 2014년의 현실 또한 그 벽의 수많은 새김처럼 새겨져 있고,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 어디쯤에서 금민정은 수도 없이 많은 질문과 낯섬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현실을 알게 되었거나 알아가는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줄 테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 책 말미에 앨리스의 언니가 다시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꿈을 꾸듯이 우리를 어느 꿈으로, 어떻게 재창조한 현실로 데려다 놓을지 말이다.


좋은 작가는 영감을 주는 이이다. 기획자에게도 동료작가에게도 작품을 대하는 모두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키고,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하고 다른 현실과 만나게 하는, 그런 의미에서 금민정은 나에게 좋은 작가이다-2013 10 RTO ‘숨쉬는 벽’, 금민정 전시를 보고 난 후. 노트에 끄적거림.


김시하(artist)




The cold hearted bottom, From 36.5 To 0°C – Guem Min-Jeong’s Temperature


"How would you like to live in a looking-glass house, kitty? I'm sure it's got, oh! such beautiful things in it! Let's pretend there's a way of getting through into it, somehow, Kitty. Let's pretend the glass has got all soft like gauze, so that we can get through. Why ... And certainly the glass was beginning to melt away, just like a bright silvery mist so that we can get through. - 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


I enter a space. The space is an organism more than ‘space’ or ‘place’ we think. It breathes at the speed of human heartbeats and leads us to an invisible spiritual world based on its body (space) with parts interlocking like the workings of human organs. That was my first impression of Artist Guem Min-Jeong’s works when I saw them a few years ago. Ironically, I felt a smothering feeling as well as an urge to escape in between waves coming into the room and breathing or twisting walls and corners. The inhaling breath of the space appeared to be a heavy sigh or moan and had a sharp tension by drawing her inner psychological states while time and space, and reality and unreality coexist in all of her works. And now, her artwork has been more specified, matured, private but comprehensive, while her view has expanded with ‘soft tension.’ That is maybe because she came to learn how to take a deep breath by patiently accepting the weight of reality and embracing the most basic desires deep inside, and ended up changing an exhaling heavy sigh or moan – a harsh and burdensome reality – to a deep inhaling breath.


The inhaling breath simply nudges primal mentality of humans, embraces emotions that make you burst into tears, recaptures the memories of old times like a retro drama that gains popularity these days and presents a scene of reality or society we missed out on. Through a window that is opened and closed repeatedly, there are sceneries of rain, snow, wind and scattering cherry blossoms. What is all this? Is it simply landscape? However, to our surprise, from the simple landscape we can take a glimpse at unfolded stories that lead to the art world by connecting all elements – peculiar rhythms coming from the repeated opening and closing of the window, curiosity to see who opens and closes it, the image of a shiny beautiful day, an uneasy feeling due to a rattling of a coffee cup on the edge of a chair and tension at the slighted tilted corner of the floor – on the landscape, and creating such stories and enabling to imagine them. The so-called timeliness – of all life of the artist experienced in the past and of all of us now. In this regard, this exhibition following the previous one at the RTO Performance Hall in Seoul Station can surely be interpreted in the context of epic landscape that encompasses individuals, society, history and time.


Guem and I have a lot in common. We both majored in sculpture, but I work on installational art and she works on video art. We put a value on fine-tuning with space, create artwork without revealing social justification, provide contrasting exits of utopia and unreality in response to a burdensome reality and, last not but least, have a hand in sculpture. As a sculpture major, I have experienced somewhat catharsis from labor work and pleasure from labor-intensive creations. Like painters who work on various types of art and return to canvas in the end, we have expectations to find a connection with sculpture some day. Unlike installation, video and media that are increasingly influenced by technology and capital, we seem to have nostalgia for personal touch. So sometimes I expect my current project is more sculptural, and feel the need for developing a new genre by combining current artwork and sculpture. In this sense, Guem seems to have found her way. A group of works named ‘video-scuplture’ can be called sculptural art in that space is visualized in a three-dimensional form and materiality (material properties) stands out, and also video art in that a part of sculpture is filled with video. It is brilliant that her artwork becomes an independent sculptural work and makes the entire space itself a piece of sculpture. In other words, her work is unique by emphasizing but destroying forms.


The Freezing Cold Floor is a new exhibition in which Guem brought and retouched (in her own way) the previously showcased location-specific works that were exhibited at RTO in Seoul Station, a special space with lots of stories, history and time intertwined. When an exhibition theme came from a specific place and was embodied in an exhibition space, particularly a ‘social and historical place’ from the beginning of planning could have been a huge burden for the artist because the way she sees and expresses society was neither straightforward nor familiar. And yet, Guem chose the wisest method: familiar and comfortable, but strange and mysterious, and at the same time in touch with reality rather than fantasy.

Each of her works at RTO was refined and at ‘hot temperature’ – Guem intended to add time and warmth to a cold dry space and described this as 'hot temperature' – to the point of panting, whereas this exhibition makes the transition from hot temperature to 0°C again with faced with a burdensome reality. In my view, she has always adopted 'moderation' for her artwork. Although she learned reality in a hard, desperate and bitter way, Guem has stepped back and expressed the high/low intensity of reality in a comprehensive manner. When reality of each individual becomes timeliness and then memories and history, we look back it as something vague, lovely and beautiful because we cannot hold that past any more, or something that we do not want to look back at all because reality was grim, burdensome and extremely harsh. Such a contrast is the freezing cold floor she tried to depict. This cold but warm, chilly but embracing element enables me to face exhalation filled with soft tension – the comprehensive/universal intrinsic human emotions – in front of her works.


This sentiment can relate to reading a difficult but easy book such as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in that there are various codes, interpretations, jokes and puns, metaphors and symbols and twists. The book has complex stories reflecting the image of the times and society with twists, but it is also a fantasy (dream) novel.


In addition, the way Guem creates another space from a given space and adds another story is like Alice's journey to find another reality rather than resorting to escape. - The attractive hatter in the novel showed, in fact, suffered from the Mad Hatter Syndrome, a mercurial disease, which was linked to the occupational hazards of hatmaking. The writer's method to depict heaviness 'differently' rather than lightness is similar to Guem's creation method.


Britain in the 1800s has created Alice who meets the authoritarian Red Queen, the cat pouring questions and the strange hatter. Guem's artwork represents reality in 2014. Her works in Seoul Station demonstrate a number of engravings on the wall by incorporating reality in 2014 into the reality of the historic place at the time. And Guem will show us the process in which she learns and understands reality by experiencing a barrage of questions and strangeness as if she was out there somewhere in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Still, I am wondering to which dream Guem will bring us and how she will bring us back to a recreated reality, like Alice's sister dreaming inside the story at the end of the novel.


A good artist inspires others - curators, fellow artists and audiences, and allows people to see the world at a different angle and face a different reality. In this regard, Guem Min-Jeong is a good artist. – From my notes after seeing Guem's 'Breathing Wall' Exhibition at RTO in October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