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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류동현


금민정 <Invisible Forest> 서문

숲과 인간의 교감, 그 공간과 시간의 흔적

류동현 미술 저널리스트


"...공간 삼차원의 어느 차원과 시간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점이 없어. 우리 의식이 시간을 따라 움직인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지...."

- H.G. 웰스 <<타임머신>> 중에서


금민정의 <Invisible Forest> 전시가 열리고 있는 스페이스 소의 전시장 입구부터 흥미롭다. 스페이스 소의 벽의 한 쪽을 밖으로 약간 잡아당긴 듯, 휘어진 흰 벽 안쪽 편에는 숲의 정경을 찍은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관람객은 그 벽과 문 사이의 좁은 '통로'로 전시장에 들어선다. '보이지 않는 숲'으로 들어서는 내밀한 입구다. 흡사 호그와트 행 열차를 타기 위해 킹스크로스 역의 9와 4분의 3 플랫폼으로 들어서는 것처럼.


과거 작업이 공간과 벽을 대상으로 입체와 영상을 통해 기억과 내면이 '숨쉬는' 공간으로 전이시켰다면,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숲이라는 공간을 자신의 작업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작업적 확장을 꾀한다. 기존의 공간이 내밀한 사적 공간이었다면, 숲이라는 공간은 두렵고 경외심이 들 정도로 거대한 공공의 공간이다. 여기서 작가는 단순히 숲의 공간을 바라보지 않는다. 두렵고 경외심으로 가득 찬 이 숲의 공간을 뚫고 들어간 사람의 흔적을 찾는다.


작가가 찾은 곳은 가평의 잣나무 숲에 복원되어 있는 화전민(火田民) 부락이다. 숲의 나무를 태워 농경지를 만들고 생활했던 유민들을 일컫는 화전민은 1968년 화전정리법으로 화전이 금지되면서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작가는 이곳을 거닐면서 숲의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사람의 흔적을 듣고 공감한다. 그들의 흔적은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은 시간을 넘어 그 공간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 공간의 시간과 흔적은 작가의 상상력을 거쳐 또다른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입구를 안내하는 <Forest in the wall>을 거치면 관람객은 '보이지 않는 숲'에 들어선다. 오브제, 영상, 퍼포먼스의 결과물까지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제작된 작업들이 이 숲을 채우고 있다. <화전민의 벽>, <화.전.림.>, <그들의 행위>, <화전민의 문>, <Forest in forest>이 그들이다. 과거 그들이 살았던 집이나 공간, 잘라진 나무의 절단면은 새로운 공간과 시간의 확장, 통로로 변주된다. 전시장의 긴 벽을 모두 채운 3채널 영상 <화.전.림.>은 화전민의 삶과 그 주변의 공간과 시간이 섞여 보는 이로 하여금 초현실적인 경험으로 이끈다. 여기에 과거 화전민이 했을 법한 행위를 통해 그들의 흔적을 찾는 <그들의 행위>는 최근 작가가 진행했던 공간과 퍼포먼스 작업에 대한 연장선으로 읽힌다.


입체와 영상, 퍼포먼스가 섞인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는 금민정의 작업의 기원을 추적하면 그가 전공했던(아마도 계속 천착하고 있는) 조소(彫塑)의 DNA가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금민정의 작업은 매체를 떠나 '조소'적이다. 조소는 조각과 소조가 합해서 만들어진 단어다. 조각은 깎아서, 소조는 구축해서 형상을 만들어나간다. 작가의 작업은 이 두 요소가 섞이고 강조되면서 진행된다. 즉 공간을 관입해 입체로 제작된 작업들은 조각적이다. 공간을 확장해 새로운 시각적 환영으로 치환되는 영상 속 공간은 구축적이라 할 수 있다. 입체라는 조소의 형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조소를 시각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촉각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금민정 작업 또한 촉각성이 묻어난다. <Forest in forest>는 나무 조각 오브제에 영상작업이 결합되어 있는데, 영상 속 나무 기둥은 또다른 공간으로 들어가는 통로로 변형되면서 공간의 확장을 꾀한다. 통로 속 건너편 숲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 등 화면 속 공간은 작가가 하나하나 레이어를 구축한 것이다. 비물질적인 영상이지만 작가의 영상 속 공간은 수작업의 레이어 구축을 통해 조각적 촉각성을 획득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공간에 서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보러 간 이유 중 하나는 그 피라미드에 직접 손을 얹어보기 위해서였다. 단순히 역사적 유물을 보는 것과 이를 손으로 대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대상에 손을 대는 순간 그 오랜 시간이 촉각을 통해 연결되는 느낌은 '묘한 떨림'을 가져다 준다. 세계, 즉 공간과 시간의 확장이다. 이를테면 피라미드 돌에 손을 댐으로써, 2천 년의 시간을 넘어 피라미드는 나에게 현재성을 띄게 되는 것이다. 촉각을 통해 직접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껴보는 것, 이 '묘한 떨림'이 금민정의 작업에 녹아있다. 그리고 이는 작가가 이야기한 '공간을 읽어내기 위해 촉각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연결된다고 하겠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 다음과 같이 썼다. "울창한 숲에서의 그들의 흔적...그 공간에는 그들의 삶이 투영되어 다시금 숲의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나는 공간의 곳곳에 투영된 그들의 흔적을 거슬러, 다시 그 장소에 옛 존재의 흐름을 되짚는다. 그리고 나만의 새로운 새로운 공간을 재구성하였다." 흡사 웰스의 소설 속 시간여행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작가 또한 '보이지 않는 숲'의 공간 속에 무심히 존재하는 흔적을 찾고 시간을 담아낸다. 시간여행자가 시간에 따른 의식의 흐름을 주지시켰듯이, 금민정은 이렇게 공간 속에 자신만의 시간의 의식을 부가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아니 세상을 접하는 방식에 '묘한 떨림'을 보는 이에게 던진다. '공간과 시간', '조소와 영상', '촉각과 시각', '솔리드(solid)와 무빙(moving)', '영원과 순간', '비물질과 물질', '자연과 인간', '무작위와 작위'가 금민정의 작업에 혼재한다. 이를 통해 금민정은 묘한 떨림의 세상과 소통한다. 그리고 그 세상은 숲과 인간이 혼재하는 '보이지 않는 숲' 속에서 역설적으로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PREFACE

Guem MinJeong’s <Invisible Forest>

Rapport between forest and humans,

traces of the space and time

Ryu Dong-hyun, Arts journalist


There is no difference between Time and any of the three dimensions of Space except that our consciousness moves along it.

<Time Machine>, H.G. Wells


It is intriguing from the entrance of Space So where Guem MinJeong’s exhibition <Invisible Forest> is held. Inside the warped white wall of the gallery, which appears to be slightly pulled outside at one end, the photograph of forest landscape is placed. Visitors enter the exhibition hall through a narrow ‘passage’ between the wall and the door – the intimate entrance leading to the ‘Invisible Forest,’ as if entering the platform 9 3/4 at King’s Cross Station in order to catch the Hogwarts Express.


While her previous works transformed spaces and walls to a ‘breeding’ space where memories and inner mind breathe through sculptural and video works, the exhibition this time seeks an artistic expansion by capturing forest into her work. The previous space was intimate and private, while forest is a gigantic public space to the extent of causing fear and awe. The artist does not simply look at the forest. She seeks the traces of people who penetrated into the forest full of fear and awe.


Guem went to see a village of slash-and-burn farmers, which has been restored in a forest of pine trees in Gapyeong. The farmers who practiced slash and burn agriculture in the forest disappeared after such practices were banned in 1968. The artist related to the stories of the forest and the traces of people while strolling here. Their traces become memories and the memories remain in the space beyond time. The traces of the space and time gain another life thanks to the artist's imagination.


The audience steps into the ‘Invisible Forest’ following <Forest in the wall> at the entrance. The works created with various media and methods ranging from object, video to results of performance fill this forest: <The Wall of slash-and-burn farmers>, <Fire field forest>, <Their Action>, <The Door of slash-and-burn farmers> and <Forest in forest>. Their old house or living space and cutting planes of wood turn into an extended new space and time and a passage. The three-channel video <Fire field forest> completely filling a long wall of the exhibition hall enables the audience to have a surreal experience from a combination of their life, surrounding space and time. <Their action>, which is to find the traces of slash-and-burn farmers through a performance act that might have been done by the farmers in the past, can be interpreted as an extension of space and performance the artist recently employed.


Tracing back the origin of her diverse works of sculpture, video and performance, sculpture – her major and dedication – runs deep. In this regard, Guem’s work is ‘sculptural’ going beyond media. Sculpture is the art of making three-dimensional forms by carving (cutting) and casting (building/constructing). Her work is created by combining and emphasizing the two factors. In other words, her three-dimensional works created by penetrating into space are sculptural. The space transforming to a new visual image through expansion in the video can be constructive. We also need to take a look at the three-dimensional form of sculpture. We can not only take a visual approach but take a tactual approach to sculpture. Her works have tactual aspects as well. <Forest in forest> is a video work mounted on the wooden object, in which a log transforms to a passage that leads to another space, achieving a spatial expansion. The space in the screen, in which various situations are unfolded in the forest on the other end inside the passage, is a creation of layers built by the artist. Although the video is immaterial, the space in the screen gains 'sculptural' tactile senses through manual work of layering.


Personally, I like standing in historical places. One of the reasons why I visited the pyramids in Egypt was that I wanted to touch the pyramids firsthand. There is a huge difference between simply seeing historical monuments and touching them. The moment of putting my hand on objects gives ‘peculiar shivers’ from the linkage with the old times through tactile senses. The world is an expansion of space and time. When I lay my hand on them, the pyramids become present to me beyond time dating back around 2,000 years, so to speak. Feeling the passage of time through tactile senses and the subsequent ‘peculiar shivers’ are part of Guem’s work. This is, in turn, linked to ‘triggering tactual experience to comprehend the space’ the artist mentioned about.


In her notes, the artist wrote, “Their traces in the thick forest… Their lives have been reflected in the space and now remain in the form of forest. And yet, I revisit the vestige of ancient existence in that place, tracing back their lives left behind here and there, and reconstructed a new space of my own.” Like the time traveler said in Wells’ novel, Guem finds the traces unintentionally existent in the ‘Invisible Forest’ and captures time. As the time traveler stated the stream of consciousness with the passage of time, Guem gives the audience an opportunity to experience ‘peculiar shivers’ from their perspectives of seeing, rather observing, the world by adding consciousness of time of her own to the space in this way. ‘Space and time,’ ‘sculpture and video,’ ‘tactile and visual senses,’ ‘solid and moving,’ ‘perpetual and momentary,’ ‘immaterial and material,’ ‘nature and human,’ and ‘random and intended’ coexist in her works, through which Guem communicates with the world of peculiar shivers. Paradoxically, such a world is expressed strongly in the ‘Invisible Forest’ where forest and humans coex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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