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민 터를 호흡하다 – 영상설치를 통한 비가시적인 것의 구현
장민한
금민정 작가의 초기 작품은 공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2000년대 중엽부터 그는 공간 자체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 <숨 쉬는 벽>, <숨 쉬는 문> 시리즈에서 그는 실제 공간에다 그 공간을 왜곡한 동영상 이미지를 투사함으로써 마치 공간 자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벽이나 문 이미지를 사람의 숨소리에 맞추어 팽창하거나 수축시킴으로써 벽이나 문이 호흡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촬영된 공간 이미지에 움직임을 넣어 생명이 있는 공간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그 영상이 투사된 공간은 일상 공간이 아닌 초현실적 공간이 된다. 왜곡된 환영 이미지를 실재 공간에 병치시킴으로써 지금까지 의식하고 있지 못했던 공간 자체가 우리의 관심 세계에 들어오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단순한 물리 공간이 아니라 우리 주관의 지각 체계와 감정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는 공간이다. 작가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지각하는 공간 자체에 주목한다. 특정 공간에서 느끼는 특별한 것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감각으로는 불가능하고 몸 전체로 지각해야 한다. 작가는 이것을 ‘호흡하다’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우리가 숲 속에서 좋은 기운을 느끼기 위해 큰 호흡을 하는 것처럼, 그 공간을 ‘호흡함으로써’ 그 공간만의 특징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작가는 특정 공간에 왜곡된 환영 이미지를 병치함으로써 그 공간 자체를 의식하게 만든다. 그의 그래픽 3D 애니메이션 작업은 단순한 착시를 넘어서 우리의 실제 공간 자체를 의식하게 만들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열어주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이러한 비가시적 세계는 여러 미술사조가 보여주듯이 다양한 양식으로 우리에게 제시되었다.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은 이러한 세계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의 무한 복제와 편집 기술 덕택으로 실제와 구분할 수 없는 생생한 영상을 얻을 수 있고, 이것은 거꾸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실재 세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이것은 개인이 개별적으로 지각하는 세계를 디지털 영상 조작을 통해 이전보다는 수월하게 관객이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금민정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시도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금 작가는 2010년대 이후 개인적 공간에 대한 경험에서 사회적 공간에 대한 경험으로 관심 영역을 확장한다. 자신의 방, 작업실 등 사적 공간의 개인 경험을 제시하는 영상 설치 작업에서 역사적 혹은 공적 공간에 대한 개인 경험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변화된다. 문화역서울 284 ROT에서 개최한 <쉼 쉬는 벽>,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미술관의 벽>, 문화비축기지 예술탱크 T4에서 개최한 <다시 흐르는>전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는 처음 마주한 낯선 공간을 ‘호흡하면서’ 개인적 느낌을 정리하고, 그 다음 과정으로 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채집하여 얻은 정보를 추가하여 그 공간에 대한 개인 경험을 구체화한다. 그 결과물이 영상 이미지이다. 어찌 보면 작가 본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이 벽은 나에게 캔버스이고, 카메라와 영상은 붓이다. 벽화를 그리는 것과 같고, 움직임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을 해당 건물 벽면에 투사함으로써 그 영상은 단순히 해당 건물을 재현한 영상이 아니라 <숨 쉬는 문>처럼 그 건물 존재 자체, 그 건물의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작가가 의도한 방식으로 그 건물을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은유적으로 말해보자면 작가는 자신의 방식대로 해당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된 <화.전.림> 작품은 이러한 작업 중 하나이다. 작가는 화전민이 살았던 장소에서 작가 자신은 명백하게 느껴지지만 비가시적인 어떤 것을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관객에게 제시하려고 한다. 3개의 영상 채널과 설치 작업을 통해 작가 자신이 느끼는 그 장소의 특성을 끄집어내고 있다. 작가는 화전민 터 곳곳에서 발견된 그들의 흔적 속에서 그들의 삶이 투영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이것을 가시화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재구성하려고 시도한다. 그는 화전민 터에서 살았던 화전민의 고단한 삶과 자연을 대비시키고, 결국은 자연의 커다란 품속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영상 편집을 통해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영상 작업이긴 하나 해당 벽면이나 공간에 투사된 작품은 아니다. 따라서 영상과 실제 공간의 병치에서 오는 강력한 소통 효과는 거둘 수 없다. 작가는 화전민의 실제 삶의 흔적을 보여주는 설치 작업을 영상 작업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화전민의 세계, 정확히 말하면 작가가 느끼고 있는 화전민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Breathing the Place of Slash-and-Burn Farmers –
Realization of Invisible Things through Video Installation
Min-han Jang
(Professor of Visual Culture Curator, Chosun University)
The initial works of artist Min-jeong Geum start from the interests in the space. From the middle of 2000s, he intended to provide special experience on the space itself. In the <Breathing Wall> and <Breathing Door> series, he projected the moving video image distorting the space onto the actual space in a way of making the space as if it is moving around. By expanding or shrinking the wall or door image in tune with breathing of human, it makes the wall or door looking like breathing. He makes the spatial image with vitality by inserting motions on the spatial image filmed. Through this endeavor, the space projected with the video becomes a surreal space, not an ordinary space. By allowing the distorted illusive image in the actual space, the space that we had not been aware of to this time is entered into our world of interests.
The place where we live in is not just a physical space, but also is a space experience differently depending on the perception system and emotion of our subjective situation. The artist pays attention to the space that is perceived differently depending on each individual. In order to capture something special to feel in a specific space, it is impossible for simple sense that it has to be perceived by entire body. The artist explains it by the term of ‘breathing’. In order to feel good energy from the forest, we make deep and big breathing. It means that we can experience the features of the space to the fullest by breathing the space. The artist simultaneously install the distorted illusion image in a specific space, it is intended to remind the space over. His graphic 3D animation work makes us to be aware of the actual space beyond a simple illusion and it is an effective way to open up the invisible world.
This type of invisible world has been presented to us in diverse ways as shown in a number of current art flows. Development of today's digital media is capable of displaying such a world to us by a method different from before. Thanks to the unlimited reproduction of images and editing technology, we may gain the vivid images that cannot really be distinguished from the actual image and it brings the fundamental inquiry on what is the actual world where we live in. In addition, it may attract individuals to image more easily, compared to the earlier times, through maneuvering the digital video for the world that we individually perceive. Works of artist Min-jeong Geum would be one of such attempts.
Artist Geum has expanded his interest domain from the experience on the personal space to the experience on social space after the 2010s. In the video installation works that suggest his individual experience of private space, such as, his room, workshop, and so forth, it is shifted to the works suggesting the individual experience on historic or public space. they are the exhibitions of <Breathing Wall> held in Munhwa Station Seoul 284 ROT, <Wall of Art Museum> held in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and <Flowing Again> culture reserve base in Art Tank T4. The artist solidifies the individual experience on the space by adding the information collected on historic events with the following process and summarizing the personal feeling in 'breathing' of first encountered unfamiliar space. The outcomes are the video images. In some ways, as the artist himself mentioned, “This wall is a canvas for me and the camera and video are my brushes. It is like a wall paint with the movement only.” By projecting the video onto the applicable building walls, the video is not just a video reproducing the applicable building, but also is the history of the building or the existence of the building as in <Breathing Door>. Furthermore, it may be considered as the artist is intended to view the building in his intended ways. To speak of a metaphor way, the artist is bringing a life to the applicable building in his own way.
<Fire Field Forest>, the work exhibited this time, is one of such work products. Through the video installation works, the artist intended to present something individual that was also clearly felt by the artist in a place where the slash and burn farmers resided before. Through 3 video channels and installation work, it brings out the characteristics of the location that the artist feels. The artist feels that the lives of slash and burn farmers are reflected from their trace as discovered from the location of the slash and burn farmers, and the attempt is made to visualize it to restructure into a new space. He sheds the light on the fatigued lives of those slash and burn farmers and nature and display through the video edition that there is no other way but to return to the embracement of nature. This work is a video work but it is not the work to project on the applicable wall or space. Therefore, there shall be no powerful communication effect from the simultaneous installation of the video and actual space. To speak a little bit more precisely, the artist displays his video works simultaneously with the installation work to show the trace of actual lives of the slash and burn farmers in a way of leading the audiences to the world of the slash and burn farmers that the artist fe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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