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최재훈






금민정 <HUES OF WIND> 서문

심장의 심정心情을 기억하다

최재훈(영화 평론가)


“방 한구석에 오도카니 앉아 빛과 어둠, 그 사이 경계선을 바라본다. 어둠 은 감각을 깨우는 공포이기도 하지만, 자궁처럼 안락한 도피처이다. 틈 사 이로 빛이 보인다. 순간 동그랗게 웅크린 상상이라는 탯줄이 공간과 이어지 고, 창문의 숨결과 벽의 일렁거림이 말을 건다. 내 유년시절의 기억이 갑자 기 덩어리가 되어 현재에 돌팔매질을 하는 것 같다.”

금민정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날, 헨릭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의 노라가 집을 떠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면서 그 감상을 내 작은 노트 에 위와 같이 기록했었다. 단정하고 정제된 영상, 공감을 요구하지 않는 감 정이 담긴 작품들이 차갑다. 마치 고딕호러 영화 속 집이 물체가 아닌 유기체인것처럼,일렁이는문과벽의잔상은쉬사라지지않았다.그후 그는 내게 빗금이 난 복도 혹은 앞서 낯선 발자국이 찍힌 길처럼 호기심에 따라 가보게 되는 예술가였고 그 작품은 내게 완전히 집을 떠난 것은 아닌, 노라의 여정을 따르는 것 같은 체험이었다. 이번에도 그 길을 따라가본다.

국내 레지던시 입주 기간에 금민정의 작품과 그 창작과정을 가까운 곳에 서보았던적이있다. 그때그는대만단수이의세관원숙소,서대문형무소 의 격벽장 등에서 받은 영감을 직조하고 있었다. 근대 식민주의 잔재가 남 겨진 공간에서 작가의 숨이 가빠진다. 그의 비디오 조각들 속에 ‘사람’의 형 상혹은사람의움직임과그지표가담긴시기였다.어쩌면내가모르던세 상에는 이토록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는 놀라움, 공간에 새겨진 기억 과 사라졌기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레지던시에서 만난 동료 예술가들 과의 소통이 어우러진 시기였다. 개인적으로 빼어난 무용수 혹은 안무가들 과의 협업으로 금민정의 영상에 땀방울과 체온이 담긴 시기로 기억하고 있 다. 사람의 감정과 음성을 몸짓을 통해 표현하는 춤의 즉물성과 철학에 가 까운 상징을 만난다. 당시 무용수의 움직임은 좌표 값이 되어 작품 <Re- Dancing>(2014) 속에 오롯이 새겨졌다. 피사체로서의 사람이 아니라 공 간에서 살아 숨 쉬는 인간을 통해 기억의 체온이 오른다. 그리고 나 자신 도 풀어보기 어려운 감정이라는 불가해한 것들을 고민하면서, 금민정은 타 인에게 공감하는 방식 대신, 타인의 감정을 지표로 받아들여 움직임으 로 전환시킨 후 그것을 시각화한다.


전시 <INVISIBLE FOREST>(2017)와 전시 <HIDDEN LAYERS>(2019)를 통해 금민정은 숲과 자연이라 는 확장된 공간에서 사람이 담긴 자연, 혹은 자연 그 자체인 사람을 만난다. 집을 떠나, 역사적 공간으로, 화 전민의 삶 속으로, 그 삶이 담긴 숲으로, 숲을 간직한 여행지로 확장된 여정을 거쳐 이번 전시 <바람의 자 리 Hues of the wind>(2020)가 머무는 곳은 한옥이다. 바람의 숨결을 품고 길을 따라 걸으며 타인의 삶을 탐 구한다. 그리고 타인을 담은 기억을 자신의 기억으로 다시 돌려놓는다. 그렇게 공간에 남은 타인의 감정感情 을 감정鑑定한 후, 그 공간에 남은 기억들을 오롯이 자신의 감정값으로 투사하는 이번 전시에서, 영상은 괴괴 한경계사이의말들을들려준다.금민정의작품앞에멈춰서,들여다보고있으면아주찬찬하게자신의심정 의변화를따라갈수있다.하나의심장을가진다양한심정이급변하진않지만,그표정이매번깊어진다.일렁 거리던오롯한내면의이야기를잠시묻고,바람이흐른자리위에선작가는외부의것들과더속살거리며가 까이대화하는것같다.나이테를남긴채생명을잃은나무가자신의존재를벗어나새로운형태의집이나조 각이 되는 순간, 또 다른 의미의 물체가 되는 것처럼 금민정의 작품은 타인의 이야기와 그 기억으로 나이테 를 두르며 굵어지고 단단해진다.

금민정의 전시 <바람의 자리>(2020)를 보고 있으면 사람의 길, 집의 길과 그 기억은, 소동처럼 찾아왔다 이 내 잔잔해지는 바람 같다고 느끼게 된다. 한옥의 대들보 부분에 모니터를 연결한 <바람을 그리다>라는 작품 은 마치 바람이 한지에 자신의 몸을 부비며 말을 거는 것 같은 작품이다. <바람을 짓다>라는 비디오 조각은 ‘위로받고 위로하다’는 감정값에 반응하고, ‘공간에 누워 느끼는 자유로운 마음을 반응’시킨 두 개의 영상을 한 때 한옥의 일부였던 나무 조각에 심은 작품이다. <담 넘어, 12개의 풍경>이라는 작품은 마음의 소란을 감각으 로 느끼게 만든다. 후회, 냉정, 아련, 몽환, 답답, 경멸, 미움, 회한, 환의, 경탄, 수치, 욕망, 대담이라는 금민정 작가의 감정값을 알고리즘화하여 풍경에 반응시켜 만들었다.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앞서 듣지 않아도 영상앞에 서면 월컹대는 감정의 소동을 느끼게된다.이미그의 작품이 작가 내면의 개인적 고백에서 관객과의 심정적 교감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민정은 "저에게 빛 덩어리인 비디오라는 매체는 스스로 넘어서야 할 물성입니다. 때론 그것이 가진 사각프 레임을 흩뜨리고 싶고, 구겨버리고 싶고, 그것들을 포개어서 그것들의 발광을 숨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라 고 밝힌 적이 있다. 조각은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실체이지만, 영상은 심장의 역할을 하는 모니터 혹은 프 로젝터가 필요한 무형의 것이다. 촘촘한 픽셀과 픽셀 사이를 잇는 빛이 없다면 온전한 기억을 환기시키기 어 렵다. 실제로 2009년작 <뒤틀린 방>의 화면 속 공간은 뒤틀려 있지만, 방을 담아내는 전시장의 벽면은 오롯 이 정사각형일 수밖에 없었다. 금민정은 이후 사각 프레임을 둘러싼 조형물을 구성하고 변형하면서 모니터 의 한계를 지워보려 한다. 실제로 2013년의 <뒤틀린 방>은 LED 조명박스 속에 프레임을 켜켜이 쌓아 평면 의 한계를 지웠다. 그리고 최근 작품들을 통해 금민정은 영상에 심정을 담는다. 이전에는 기록되는 역사와 역사속의 기억을 담았다면,지금은 공간에 오롯이 남은 많은사람들의기억,그 기억에 담긴 표정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


금민정은 작품으로 길을 만들어 마음의 자리가 새겨진 지도를 만드는 중이다. <바람의 자리>(2020)의 작품 들을 보고 있으면 작가의 두 발이 내딛은 길 위로 자신의 심장과 사람들의 심정이 켜켜이 쌓여있는 것을 느 낄수있다.숨을쉰다는것,심장이뛴다는것,생명체는 혈류처럼 끊임없이 흘러야한다는것,바람조차도 계속 흐른다는 것을 관객들은 마치 길 위에 선 것처럼 느끼게 된다. 공감을 요구하지 않는 감정의 차가운 기록 을 넘어, 각각의 감정들이 일렁이고 출렁이며 만들어내는 삶의 불가피한 다채로움과 그 찬란함의 곁에 머문다.그 날 바람의 기억이 환기시킨 감정의 곁에 볕이 든다. 뜨거운 빛은 아니지만, 차갑고 시린 목덜미를 향한 은은한 볕이다. 순간 프로젝터의 심장과 모니터의 빛을 빌려야 하는 영상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한다. 잠시 호흡이 가빠졌다 이내 안도감이 찾아온다. 볕에 곁을 둔 예술과의 만남.언젠가 이런 경험을 할거라 상상하고 있었다고 기억해 낸다.



The Hearty Memories of the Heart

Choi Jae-hoon (Film critic)


"Sitting at the corner of the room absentmindedly, I look at the boundaries between light and darkness. Darkness is a terror that awakens the senses, but also a comfortable shelter like a womb. I can see the light between the cracks. In an instant, the umbilical cord called circularly crouched imagination is linked to the space, and the breathing window and rolling wall start talking to me. It is like the memories of my youth suddenly become a mass, stone- throwing at the present."

When I encountered artwork of artist Guem MinJeong for the firsttime, I took the above notes about my appreciation in my little notebook while imagining what would happen if Nora had been unable to leave home in a play [A Doll's House] by Henrik Ibsen.The neat and refined videos and works embracing emotions butnot demanding empathy are cold. As if a house is an organism, not an object, in a Gothic horror movie, the lingering image of the rolling door and wall did not go away easily. Since then, she is the artist who I have followed out of curiosity as if coming after a cracked corridor or a path with unfamiliar footprints. Her works enable me to experience Nora's journey without leaving home completely. I also follow the path this time again.

I had a chance to take a closer look at Guem's works and process of creating them during her local residency program. At the time, she was working inspired by the Tamsui CustomsOfficers' Residence in Taiwan, Gyeokbyeokjang (Exercise Yard)of Seodaemun Prison History Hall, etc. The artist's breathing become faster and heavier in the space where modern colonialremains have been left. At the time, 'human' figure or movementand its indicator were contained in her video-sculpture. Additionally, a surprise by plentiful stories hidden in the world that I have not known; memories carved in the space and the stories of people who disappeared; and communication with peer artists she met during her residency program were shown in harmony. Personally, I remember this is a time when she put her 'sweatand warmth' (great endeavor) into her collaborative work with outstanding choreographers.This leads to the literality of dance that expresses emotions and voice of people through body movements and symbolism close to philosophy. The movements of the choreographers turnedinto coordinate values, which were captured in her work 'Re-Dancing'(2014). The temperatureof memories goes up through the people who are breathing in the space, not as a subject. Moreover, pondering over the emotions that are hard to comprehend, Guem accepts others' emotions as coordinate values, transforms them into movement and visualizes this, instead of the method of empathizing with others.

Through the exhibitions of <Invisible Forest>(2017) and <Hidden Layers>(2019), Guem has metnature embracing people or people who are nature itself in an expanded space of forest and nature. Through a journey , leaving home, from historic locations, slash-and-burn farmers' village and their forest to travel destinations with forests, she has selected a traditional Korean house(hanok) for this exhibition <Hues of the Wind>(2020). She explores others' lives, while feelingthe hues of the wind and walking along the path. And she turns the memories of embracing others into her own memories. In this exhibition, in which she assessed others' emotions left in the space as such and then projected the memories left there entirely with the values of her emotions, the videos tell the words in between the deserted boundaries. I can follow the change of my feelings in a very calm manner when standing in front of her work and having a look into it. Various feelings with one heart may not change so quickly but the expression gets deeper every time. While momentarily putting her rolling inner narratives aside, the artist standing where thewind has flown appears to have a closer conversation with outer things in a whisper. Just like alifeless tree with the left growth rings transforms into a new form such as a house or sculpture, free from its being, and thus becomes something with another meaning, Guem's works grow richer and more solid along with thicker growth rings through others' stories and memories.

When looking at Guem's exhibition <Hues of the Wind>(2020), I feel that the path of peopleand the house and those memories are like the wind blowing like a commotion but instantly becoming calm. The work 'Draw the Wind,' in which a monitor is connected to a beam part ofa traditional Korean house (hanok), gives an impression as if the wind strikes a conversation rubbing itself against the traditional paper (hanji). The video-sculpture 'Build the Wind' respondsto the values of the emotion 'getting consoled and consoling,' in which two videos 'responding to a free mind feeling when lying down in a space' have been combined into a piece of woodfrom a hanok. 'Beyond the wall, 12 scenery' stirs up the mind through the senses. Guem put the values of her emotions (regret, coldness, sorrow, a pent-up feeling, contempt, hate, remorse,overjoy, admiration, shame, desire and boldness) into a system of algorithm and then makes them respond to the landscape. Even if there is no explanation about algorithm in advance,you can feel a whirling emotional turmoil before this work. This means that her work is already shifting its focus from the artist's inner personal confession to the emotional communication with the audience.

Guem once said, "The medium 'video,' which is always the mass of light to me, is the physical properties of matter that I should and want to overcome. I also want to mess with the rectangular frame and crumble and fold it so as to hide its luminescence." Sculpture has a material substance that can be seen with our eyes, but video is intangible and thus requires a monitor or projector that functions as the heart. If there is no light bridging between the dense pixels, it isdifficult to summon up the whole memory. In fact, the space within the screen of 'Twisted Room' (2009) is twisted but the walls of the exhibition hall have no choice but to be rectangular. Later,Guem intended to overcome the limitations of the monitor by building and modifying a sculpturalpiece surrounding the rectangular frame. Indeed, 'Twisted Room' (2013) overcame the two- dimensional limitations by stacking up the frames in layer within an LED lighting box. In addition, she reflects the feelings onto her recent video works. While she embraced the recorded historyand memories in the history in the past, nowadays she seems to move towards a method of remembering the memories of many people left in the space and the facial expressions in those memories.

Guem is now in the process of laying paths and making a map marking the location of themind through her work. When looking at her works of <Hues of the Wind>(2020), I can feel thather own heart and others' hearts are layered on the path, on which her two feet are set. The audience can feel breathing and heart beating, and the fact that living things should constantlyrun their course flow like bloodstream and that even the wind are flowing continuously - as if they were standing on the path. Beyond the cool-headed record of emotions that does notdemand sympathy, the emotions remain beside the inevitable diversity of life and its radiance created from each emotion rolling and swelling. The sun shines beside the emotions evoked by the memory of the wind on that day. The sunlight is not hot but soft, which can provide warmth to the cold neck. At that moment, I have an experience going beyond the limitations of media - the need to borrow the projector's heart and the monitor's lighting. My breath became heavy momentarily, but then shortly a sense of relief sets in. The encounter with the artwork with the sunlight at hand. I came to remember that I fancied such an experience on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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